Story7 : School size matters

스토리 7 : 미국/캐나다에서 유치원에 입사하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점

가장 최근까지 일했던 유치원은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아시아, 유럽 등 전 세계에 1000여 개의 지점을 가진 유치원계의 대기업이다. 유치원 선생님으로 첫 유치원은 원생 35명 규모의 작은 유치원이었고, 두 번째는 대학교 내에 있는 랩스쿨의 형태였기 때문에 이렇게 큰 규모의 유치원은 처음이라 고민했지만 색다른 것을 경험해 보는 것이 내 경력과 스스로 발전에 더 좋을 것 같아서 일을 시작했다. 북미에서 유치원 입사를 고민하는 선생님들이 입사 전 미리 알아두면 좋을 유치원 규모에 따른 차이점, 특히 대기업 규모의 유치원의 장단점에 집중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번째. 확실한 복지혜택

많은 직원을 다뤄 본 경험이 있는 대기업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직원들에 대한 복지혜택은 다른 곳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은 편이다. 쉬는 날이나 휴가에 대한 구분도 명확하고 특히 병가에 대해서 확실히 정해진 프로토콜이 있어서 아프면 부담 없이 전화해 병가를 낼 수 있는데, 이게 자주 아픈 선생님들에게는 얼마나 큰 혜택인지 겪어봐야 안다. 몸이 아픈데 나를 대신해 줄 선생님이 없을 거란 생각에 이를 악물고 나가야 하는 작은 유치원에 비해, 아침에 일어났는데 몸이 좀 안 좋다는 생각이 들면 출근 2시간 전에 전화만 하면 되는 유치원이 아무래도 좋다. 하지만, 이게 단점이 되기도 하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이야기해보겠다. 병가나 휴가 외에도 건강보험, 상담 서비스, 자녀 교육 혜택 그리고 대학교육의 기회까지 제공한다. 오리엔테이션이나 수습 기간도 시간당으로 계산해 임금을 받을 수 있고 그 외에 선생님들을 위한 간식과 음료가 항상 상비된 것, 자주 있는 행사와 점심 제공 서비스, 업데이트되는 교육과 세미나참여 기회까지 선생님으로서의 경력을 쌓을 때 도움 되는 점이 확실히 많다.

번째. 많은 직장동료

유치원 규모만큼 직장동료가 많아진다. 사회생활에서 네트워킹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하면 이것 또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사람이 많다 보면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트러블이나 드라마가 생길 가능성 또한 많아진다. 물론 어떤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확률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다른 유치원에서는 겪어보지 못했던 정말 다양한 종류의 갈등과 마찰을 목격하고 경험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런 갈등을 또 어떻게 어른스럽게, 전문가답게 잘 헤쳐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잘 배운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 필요 이상의 문서작업

규모가 작은 유치원일수록 부모님과 원장님, 선생님 사이의 관계가 돈독한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작은 유치원(물론 유치원의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에서는 문서 작성에 관련된 일이 최소한이다. 반면에 규모가 큰 유치원일수록 원래 해 오던 문서작업에 새로운 제안이 나올 때마다 자꾸 더해져서 선생님이 작성하는 문서 양이 필요 이상인 경우가 많다. 문서 작업이나 기록이 꼭 필요한 경우는 분명히 있다. 예를 들면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상처를 입었을 때가 그렇다. 부상 리포트(incident report)를 작성할 때, 작은 유치원은 날짜, 시간, 장소, 다친 내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 선생님 사인 정도의 내용이 포함되는데, 작은 노트에 이 내용을 모두 다 쓸 때 보통 2~3분 정도 걸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큰 유치원에서는 이 모든 내용과 함께 포함되어야 하는 요소가 훨씬 많은데, 같이 있었던 모든 선생님의 성과 이름, 감독 선생님 성과 이름, 디렉터 성과 이름, 센터 번호와 전화번호(도대체 왜때문에 전화번호가 부상 기록에 포함되어야 하나요), 부상에 대해 부모와의 통화 내용, 심지어 아이의 나이까지 필요 이상의 요소들이 포함되어있다(필요 이상의 요소라고 하는 이유는 이런 추가내용이 보통 출석부를 통해 이미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이 모든 내용을 작성한 후 교실을 나와 프런트 데스크에서 감독 선생님의 사인까지 받아야 하는데 당연히 이 모든 과정은 10분이 넘게 걸릴 뿐 아니라 아이의 부상을 돌보랴, 한 선생님은 리포트 작성하랴, 또 작성 후에는 교실 밖을 나가야하므로 교실 안에 엑스트라 선생님이 필요하게 된다. 유치원에서 일해보지 않으면, 한 선생님이 교실 밖을 나갈 때 얼마나 많은 절차와 스트레스를 거쳐야 하는지 보통은 잘 모른다. 하지만 법적으로 교실 안에 아이들을 돌보는 선생님의 수가 정해져있고, 또 보통은 엑스트라 선생님을 교실에 두는 경우가 없어서 유치원 선생님은 화장실에 갈 때도 교실 내에 선생님 수를 확인한 후 갈 수 있다.

이외에도 부모님과의 의사소통이 대부분 문서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데일리 리포트, 아이 개개인의 일정과 행동 사항이 모두 기록되어야 하고 매주 커리큘럼 및 보드 작업이 미리 계획 되어있어서 작은 유치원보다 확실히 다른 문서작업의 양도 많은 편이다.

네 번째. 효율성보다는 일관성

큰 유치원은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시스템화 시켜놓았기 때문에 일과를 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일이 예상 가능하다. 다른 말로 하면, 무슨 일을 하든 시스템을 따라야 한다는 말이다. 이 방법이 경험이 없는 초보 선생님에게는 장점이 되지만 경험이 있고 우리 반의 특징을 잘 이해하고 있는 선생님에게는 단점이 되는데, 왜냐하면 반마다, 아이마다 특성이 다르고 또 그 특성에 따라 효율적인 교육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대부분의 아이가 2~3살인 우리 반 아이들은 소꿉놀이에 관심이 많아서 소꿉놀이 장난감이 많이 필요하고 더 넓은 소꿉놀이 공간이 필요하다. 레지오에밀리아 유치원에서는 관찰을 통해 이런 사실이 발견되면 가구 배치를 바꿔서 공간을 넓히는 것이 바로 가능하지만, 큰 유치원에서는 이런 사실을 다른 선생님들과 의논하고, 일주일에 한 번 있는 회의를 거쳐 리드 선생님의 의견을 묻고 또 리드 선생님이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리드 선생님 회의를 통해 행정부의 의견을 묻는다. 이때 행정부에서 그 의견이 타당한지, 효율적인지를 결정하는데, 보통 행정부 임원은 교실에 들어오는 일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의 특성이나 교실의 특성을 알지 못한 채 결정을 내린다.

내 경험상 이런 선생님들의 건의가 일관된 시스템에서 벗어난다고 생각되면 거절될 가능성이 매우 컸는데, 이 때문에 선생님들이 지금의 시스템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거나 새로 시도해보고 싶은 것이 있더라도 건의하기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 부분은 분명히 유치원의 분위기나 행정부의 성격에 따라 차이가 생길 것으로 생각된다.

다섯 번째. 많은 승진 기회

유치원 선생님으로 일을 하면서, 자신의 경력에 대해 욕심이 있고 고민이 있는 선생님이라면 유치원 규모가 크면 클수록 승진의 기회가 많다. 유치원 선생님은 5년, 10년이 지나도 유치원을 따로 설립하지 않는 이상 그 위치에서 크게 벗어날 수 있는 경력의 기회가 많지 않은데, 큰 유치원은 아무래도 세분된 타이틀이 있고 승진에 대한 기준도 분명한 편이다. 예를 들면, 어시스턴트선생님-메인 선생님-리드 선생님-교육 코디네이터-어시스턴트 디렉터-디렉터-지역 총괄 디렉터로 승진할 기회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다른 타이틀을 달고 일을 할 기회가 많고, 회의 진행이나 팀원 관리의 기회가 많아 아이들뿐만 아니라 동료 선생님들과 어울려 일을 하고 리드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이런 승진 시스템이 좋은 선생님을 교실에서 빼내어 가는 것 같아 아이들에게 좋은 시스템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만 선생님 개인에게는 확실히 승진의 기회가 많은 것이 좋다. 

1년간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경력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그동안의 유치원 경력 중 젊은 선생님들과의 팀워크, 부모님과의 관계와 행정부의 관리 능력을 다방면으로 관찰하고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작은 유치원이나 대학교 랩스쿨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대기업 유치원에 입사하거나 관심 있는 선생님, 시스템의 장단점을 알고 장점은 도입하고 단점은 보완해 자신의 유치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은 선생님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